'든자리 난자리'
무엇이든 난자리는 표시가 난다고들 한다. 보통은 있을때 잘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가까이 있고 늘 보는 것의 소중함을 미쳐 헤아리지 못하는 안일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겠다. 물론 보낸이의 입장에서 떠난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근본 바탕임을 안다.

열매가 떨어진 후 때죽나무의 모습이다. 겨울숲 곳곳에서 마주하는 모습 중 하나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그 열매에 미래를 담았다. 열매에 담아둔 나무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열매는 자신을 키워준 그곳을 잘 떠나야 한다.

이곳에선 더이상 난자리에 대한 애석함이 없고 잘 비웠다는 안도감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까지 있다. 결코 돌아보는 일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떠난이의 입장이다.

때죽나무 열매처럼 무수한 생명들이 이런 순환을 반복한다.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며 끝없는 생명의 순환의 시작점인 봄의 초입에 섰다. 난자리가 더이상 허전하지 않기 위해 든자리를 든든하게 마련하자. 봄이 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볕 좋은 날이다.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 볕에 실려오는 생명의 봄기운을 가슴 가득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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