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삶의 터전을 옮기고 첫번째 숲나들이에서 유독 많은 나무를 만났다. '이 나무의 주인은 ○○○입니다. 연락처 ○○○-○○○-○○○○' 주인이 누군가를 표시하는 이름표까지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이 나무를 가꾸고 나무가 필요한 사람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오동나무는 우선 꽃으로 반갑다. 봄이 무르익는 5월 말경 가지 끝에 종 모양의 꽃이 연보라색으로 핀다. 모양도 예쁘고 향기도 좋다. 오동나무 꽃은 높은 곳에 매달리기에 자세히 보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골길을 가다 한눈 팔기에 딱 좋은 나무다.


조선 사람 신흠은 '야언野言'에서 "오동은 천년이 지나도 가락을 잃지 않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기서도 보이듯 오동나무는 전통악기 중 현악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나무의 재질이 가볍고 연하여 가공하기 쉽고 무늬가 아름답고 잘 뒤틀어지지 않는다. 이런 특성으로 소리의 전달력이 좋아 가야금과 거문고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숲에 들면 나무에 구멍을 내는 새들을 볼 수 있다.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는 것은 대부분 은사시나무나 오동나무같은 재질이 연한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거문고를 공부하는 딸아이가 집에 다니러와 나선 산책길에 오동나무를 보고 집에 심어 나중에 악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더니 흥쾌히 그러자고 해서 얼굴에 살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거문고 소리의 고상함이 여기에서 온 것일까. '고상'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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