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밤 잠들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듯 도란도란 빗소리가 귓가에 서성인다. 가로등 불빛 어둠 속으로 번지듯 가슴으로 스며드는 빗소리는 닫힌 창문을 저절로 열리게 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김용택의 시 '봄비'의 일부다. 봄을 시작하는 문턱에 맞이하는 비가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내게 오는 발걸음인듯 반갑다. 

겨울 가뭄을 겨우 견뎌낸 생명들에게 생명수와도 같은 비가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그 고운 마음에 깨어날 '숨'들은 비로소 온기 품은 미소를 마련할 것이다.

꽃으로 새싹으로 향기로 맞이할 봄날의 숭고함은 이 밤 살포시 내리는 봄비의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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