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探梅' 5 
뒷산을 넘어온 바람과 함께 소록소록 함박눈이 내린다. 반가운 눈이기에 뒷산을 봐야하지만 시선은 한사코 앞산 자락을 넘나든다. 고대하던 설중매雪中梅 피었기에 매향을 탐하는 마음에 일은 손을 떠난지 이미 오래라 눈 앞에 어른거리는 매향을 쫒아 기어이 길을 나선다.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꽃피라고
마음 흔들어 주었으니
당신인가요

흔들리는 
마음마저 보여주었으니
사랑인가요

보세요
제 향기도 당신 닮아
둥그렇게 휘었습니다"

*함민복의 시 '달과 설중매'다. 매화를 탐하는 마음을 이렇게 달콤하고 애절하게 노래한 이가 또 있을까.

조선 사람 강희안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매화를 화목 9등품 중 1품으로 분류해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이라 했다. 옛사람들이 눈길에 길을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꽃을 탐하는 마음에 어찌의 선비의 고상함만 있었을까.

"당신 그리는 마음 그림자 아무 곳에나 내릴 수 없어 눈 위에 피었습니다"

설중매의 향기는 눈바람도 거스를 수 없다는듯 속절없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아,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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