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귀한 때, 나무나 여러해살이풀의 겨울눈을 보는 맛이 제법이다. 크기나 모양, 털이 있고 없는 것들을 보며 나무나 풀의 잎과 꽃을 상상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참나무 종류로 보이는 나무의 겨울눈과 눈맞춤한다. 두 눈에 입술까지 메뚜기 얼굴을 닮은 녀석이 참으로 씩씩하게도 보인다. 월동아越冬芽라고도 하는 이 겨울눈은 나무나 여러해살이풀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드는 눈으로, 봄에 새싹이 나올 수 있도록 겨울내내 보호된다. 이 겨울눈이 열리면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다.
세상 무엇하나 같은 것이 없다. 차갑고 긴 겨울 견디며 봄을 준비하는 모든 생명들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다름으로 인해 나와 네가 공존하는 근거가 된다. 이 다름을 틀림으로 보거나 다르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면서부터 공존은 무너진다. 무너진 공존은 다름의 한 축만을 제거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를 소멸시킨다.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사람만이 이 차이를 틀림으로 구분하여 서로 공존할 근거를 소멸시키고 있다. 겨울눈과 눈맞춤하는 이 시간 볕이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