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본다. 등돌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대 생각 않으려도 생각이 절로 나네 不欲憶君自憶君
그대는 무슨 일로 언제나 멀리 있나. 問君何事每相分
까치가 기쁜 소식 전한다 말을 마오 莫言靈鵲能傳喜
공연히 저녁까지 놀래기를 몇 번인고. 幾度虛驚到夕曛


*여류 시인 박죽서朴竹西의 '술회述懷'란 작품이다. 없는 소식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 아마도 이럴 것이다. 답답하고 울쩍한 마음이 가슴가득 차오를 동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까치의 울음 소리가 괜히 야속키만 하다.


김홍도는 '작도鵲圖'라는 그림에 까치 한 마리를 그려놓고 그 설명에는 "마른 나무 등걸에 앉아서 깍깍대니, 우는 것은 삼가 기쁜 소식 알리기 위함일세"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제는 까치가 전해줄거라는 기쁜 소식에 대한 희망도 더는 믿을 수가 없다.


하여, 한그루 나무에 때를 달리하여 날아와 울어대던 까치를 억지로 마주보게 했다. 이렇게라도 해서 까치소리에 기댄 마음 위안 삼는다. 산을 넘어 남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몹시도 차가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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