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나무'
설날이면 노오란 색으로 옷을 입고 뜨거운 불판에서 갖나온 전을 조상보다 먼저 먹었던 그 색으로 기억된 나무다. 차례상에 오르기 전이지만 한개쯤은 기꺼이 허락했던 그 마음으로 할머니의 마음의 맛과도 닿아 있다.


무명저고리 그 하얀빛으로 꽃을 피웠을 치자가 열매를 맺고 겨울 찬바람에도 거뜬하게 매달려 있다. 온갖 곡식을 키워내며 궁핍한 날들을 버거워하던 사람을 살렸던 그 밭 언덕에 여전히 서 있다. 조그마한 손으로 일손이라도 돕고자 했던 마음에 밭둑을 서성이던 어린 그 마음에도 치자꽃은 예쁘기만 했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치자는 꽃 가운데 가장 귀한 꽃이며, 네 가지 이점이 있다. 꽃 색깔이 희고 기름진 것이 첫째이고, 꽃향기가 맑고 풍부한 것이 둘째다. 겨울에도 잎이 변하지 않는 것이 셋째이고, 열매로 황색 물을 들이는 것이 넷째다"라고 하여 치자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치자나무와 비슷하지만 잎과 꽃이 작고 꽃잎이 만첩의 여러 겹으로 된 것을 '꽃치자'라고 하는데 꽃치자는 향기가 너무 강하여 가까이서 버겁다. 은은한 향을 즐기려면 홑꽃을 달고 있는 치자를 심는 것이 좋다. 꽃말인 '순결', '행복', '청결'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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