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러지는 달이 느즈막히 떠오른다. 달도 서둘지 않으니 달을 보는 이의 마음도 느긋하다. 늦은밤에서야 눈썹 위쯤에나 올라오는 달을 보기 위해 뜰로 나선다. 차가운 겨울밤 기온이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달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술을 닫은 한밤중
잔별 몇 개 따라 나와
밤의 한 귀퉁이 조금 더 윤이 나는데
남은 몇 모금의 환한 시간을 아껴 마시며
반쯤 저문 달 바라본다

저물 날만 남았어도 환하다는 것이 고맙다"

*도종환의 '하현'이라는 시의 일부다. 저물어가는 달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겨울밤 따뜻한 차 한잔 내어놓고 어둠이 더 짙어질 시간을 누린다. '저물 날만 남았어도 환하다는 것'이 달 뿐이 아님을 안다. 삶의 시간도 저물 날만 바라보는 때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넘어 환하게 빛날 무엇에 주목한다. "저물 날만 남았어도 환하다는 것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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