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호의 기회다. 납매를 선두로 복수초에 노루귀까지 여기저기 꽃소식 들리고 마침 눈까지 내려 설중에 꽃을 만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슬그머니 번지는 미소를 애써 감추고 잔설이 제법 남아있는 계곡으로 들어선다.


나만의 계곡 문지기인 길마가지나무가 향기로 눈인사 건네고, 죽은 오동나무를 쪼는 새소리도 반갑다. 개운함을 전하는 차가운 기운이 몸으로 파고들지만 산을 넘어오는 햇살이 있어 춥지만은 않다.


몸을 낮추고 나뭇잎과 눈쌓인 계곡에 눈이 익숙하도록 기다리며 고개를 내밀고 있을 노루귀를 찾는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곳저곳 살피는데 시간이 꽤 지났어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아닌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너무도 익숙한 숲, 그 자리가 맞는데도 안보인다. 그렇게 한시간을 두리번거리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복수초 군락지를 가서도 만나지 못하고 온 후라서 그 아쉬움은 더 크다. 지난해는 이곳에서 설중 노루귀와 눈맞춤한 행운을 누렸는데 올해는 때가 아닌 모양이다. 느긋하게 기다려보자.


'꽃이 이끌어주거나 허락해야만 눈맞춤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숲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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