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성의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전문이다. 날마다 건너다니는 다리에 서서 지는 해를 보다. 문득 생각나는 시다.
무엇이 발길을 멈추게 했는지 모른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모든 것을 되도록이면 자세하게 눈맞춤하고자 애쓰며 오가는 길인데도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그 속에 내가 느끼는 희노애낙애오욕이 다 담겨 있어 문득문득 눈시울을 붉히게도 하고 발걸음 멈춰 한없이 바라보게도 한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꾹꾹 눌러놓은 속내가 슬그머니 비집고 나와 주책없이 민망함을 보이지만 늘 혼자인 시간이니 누구 눈치볼 일도 없어 그냥 그대로 둔다. 그렇게 또 한차례 뒤집힌 속내가 흘러 넘치고 나면 맑고 밝아서 더 깊어진 따스함이 스며든 스스로의 가슴을 품고 일상으로 걸어갈 수 있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잊혀져가는 담배 연기가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아른거린다. 일어나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내디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