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사는 나는... "


*윤보영 시인의 '가슴에 내리는 비'라는 시의 일부다. 이 시는 "내리는 비에는/옷이 젖지만/쏟아지는 그리움에는/마음이 젖는군요/벗을 수도 없고/말릴 수도 없고"라며 처절하게 열어간다. 그리움에 젖지도 못하는 마음이 내리는 비에 기대어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가고만다. 시의 힘인지 비의 끌림인지도 분간할 수 없다.


스스로 진 멍에가 버겁고,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더 무거운 시기를 건넌다.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추워서 억지로 마알개진 정신으로 건너야할 이 겨울에 봄날 아지랑이처럼 몽개몽개 피어나는 비라니 도대체 어쩌자고 이럴까 싶다.


비로 내려 가벼워진 구름이 산을 넘어와 안개로 변하더니 헐거워진 옷깃 사이로 자꾸만 파고 든다. 속절없이 당할 판이다. 별수없이 옷깃을 여미고 마음깃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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