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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창기
강운구 외 58인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사람을 기억하고 되살리는 독특한 방식
한창기, 이 사람이 그 사람인줄 몰랐다. 내가 청춘이던 1984년 '샘이깊은물'이라는 잡지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새롭다. 그 잡지의 발행인으로 그를 늦게나마 새로이 만난다. 한창기(1936~1997)는 잡지'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의 발행인이자 편집자였으며, 한국브리태니커회사 창립자이자 경영인으로 우리 문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다. 이 책 '특집! 한창기'는 그의 삶과 행적을 돌아본 추모글 모음집이다. 한창기를 기억하는 59명의 기억을 담았다.
"한창기"
몇 세대 앞선 선진적 업적을 남긴 언론·출판인, 문화재 수집가, 재야 국어학자, 직판 세일즈맨 제 1세대를 조직하고 훈육한 사람으로 우리 문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그를 관련 사진과 그림을 충분하게 실어 한권의 책에 담았다. 그가 떠난 지 11년째가 되는 2008년 1월에 발간된 책이다.
사진가 강운구, 전 <뿌리깊은나무> 편집장 윤구병과 김형윤, 전 <샘이깊은물> 편집장 설호정, 디자이너 이상철 등 뿌리깊은나무 사람들이 엮은 이 책에는 그 두 잡지사의 기자, 편집위원, 그리고 필자로 참여했던 많은 이들, 이 땅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창기와 통했던 이들, 또 이런저런 사연으로 그와 우정을 나누었던 59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한창기를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자신이 겪은 바를 바탕으로 하기에 제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바가 있다. 한국어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착을 보여줬다는 점과 전통 생활문화를 새롭게 되살리는 일에 열정을 바쳤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각 지방의 토박이 언어를 민중의 삶과 함께 책으로 남겼고, 판소리와 민요를 음반과 책으로 집대성했다.
설호정은 이렇게 당부한다. “한창기의 사진이 아니라 한창기의 그림을 본다고 생각하기 바란다. 그러나 어쩌면 이 그림은 사진보다 더 강력하게 한창기의 체취를 느끼게 해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같다. 아까운 사람이 제 사명을 다하기도 전에 목숨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 안타까움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마음을 모아 큰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노력이 있어 잊혀져가는 사람을 되살려내고 새로운 사람들을 먼저 간 사람 곁으로 불러 모으는 일이다. 못 다한 일에 대한 새로운 시작이며 그로인해 더욱 빛날 사회적 가치가 될 것이다. 모두 먼저 가신 한창기의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