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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민중 역모 사건 - 재판 기록으로 살펴본 조선의 두 얼굴
유승희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역모 사건 기록으로 살펴본 조선의 두 얼굴
2016년 가을 대한민국엔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촛불집회라는 외형으로 보이지만 그 속내는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의식의 발로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오늘의 정치정세는 바로 그 변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저항의식의 발로로 권력의 출발점이었던 국민들의 힘에 의해 권력의 속성을 바꾸었던 경험이 우리에게 있다. 1987년 6월 항쟁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위임하고 일상을 수고로움으로 엮어가는 백성이 필요할 땐 그 힘을 되찾아 역사의 맥을 세운다. 2016년 가을, 지금 우리의 모습에서 힘을 확인하는 중이다.
이 책 ‘조선 민중 역모 사건’은 절대 권력에 반기를 든 민중이 어떻게 저항과 반란을 시도했는지 들여다본다. 이 책의 모태가 되었던 것은 ‘추안급국안’이란 기록물이다. ‘추안급국안’은 '추안 및 국안'이란 뜻이다. 이 기록은 왕명을 받고 수사를 개시하는 특별 사법기관인 의금부에서 만들어진 사건 기록이다.추안은 일반적인 심문인 추문의 결과를 담은 문서이고, 국안은 고문이 수반된 심문인 국문의 결과를 담은 문서다. 이 ‘추안급국안’에는 1601년(선조 34)부터 1905년까지 약 300년간 각종 사건을 다룬 추안 331개가 담겨져 있다.
‘추안급국안’에 담긴 다양한 기록물 중에서 국가가 정한 “모반대역謀反大逆·저주咀呪·조요서요언造妖書妖言·난언亂言·무고誣告·대역부도大逆不道” 등 여섯 가지 죄목과 이에 해당하는 아홉 가지 사건의 전말을 살펴, 당시 민중의 저항과 반란의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실세를 잃은 양반부터 무당·승려·노비·일반 양인·무사·궁녀 등 다양한 계층에서 시도한 저항과 반란을 조선왕조는 어떤 방식으로 통제했는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민중 역모 사건’에 실린 사건으로는‘모반대역’의 사건 길운절과 소덕유의 역모 사건, 거사패와 유배죄인의 역모 사건, 박업귀의 역모 사건, 명화적 이충경의 역모 사건과 ‘저주’사건으로는 인조 대 궁중 저주 사건을 살피며, ‘조요서요언’사건으로는 요승 처경의 역모 사건 ‘난언’사건으로는 차충걸의 난언 사건 ‘무고’ 사건으로는 어느 광인의 역모 고변 사건 ‘대역부도’오재영과 이성세의 대궐 침입 사건 등이 다뤄지고 있다.
나아가 이 책에는 [더 알아보기]라는 코너를 통해 추국과 관련되어 더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추국과 추안 속 고신의 종류, 추국을 진행했던 의금부의 위상과 이 기록에 등장하는 죄인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모반대역죄인의 재산을 몰수했을까 등의 추국과 관련된 여섯 가지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의금부라는 국가기관에서 왕조의 존립을 위협하거나 유교 윤리의 근간을 해치는 작은 행위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 기록으로만 볼 때 권력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건에 대한 기록물이라는 한계가 분명하게 있지만 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역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