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피어난 시의 향기를 담는다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읽기"라는 테마의 에세이다. 시인 '김일로'라면 처음 듣는 시인의 이름으로 낯설기만 하다. 시인 송일로(1911~1984)는 광주 전남 아동문학 1세대로 평가되는 시인으로 전라남도 문화상, 성옥 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목포와 서울에서 수차례 시화전을 열었다고 한다. 예총 목포지부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이사를 역임했고, 동시집 ‘꽃씨’와 더불어 한글 시와 한문시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의 시집 ‘송산하頌山河’가 있다.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병기 교수의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이 책은 바로 김일로 시인의 시집 ‘송산하頌山河’를 그대로 옮겨와 그 시에 있는 한문시를 해석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담아 놓은 시 해설서 겸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김병기 교수의 마음 자세가 드러나는 조심스럽다는 표현은 김일로 시인의 시가 갖는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김병기 교수의 마음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만큼 김일로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그 마음의 표현이 ‘번역하고 보충하여 서술했다’는 의미로 ‘역보譯輔’라는 이름을 조심스럽게 붙였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一花難見日常事(일화난견일상사)
꽃 한 송이 보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네 삶이련만
모두 이런 모습으로 시집 ‘송산하頌山河’의 시 132편이 고스란히 옮겨 오고 한문시에 직역에 가까운 해석을 달았다. 김일로 시인의 짧은 시가 주는 매력이 가히 세상을 뒤집을 만큼 혁명적이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여기에 칠언절구의 한문구절은 또 어떤가. 어렵지 않은 한자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둘의 어울림이 환상적이다. 여기에 김병기 교수의 한문시 해석과 더불어 시에 대한 해설 또한 김일로 시의 감성과 뜻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시인과 시를 주제로 에세이를 남긴 해설가의 만남이 궁합도 이렇에 잘 어울리는 궁합이 없다.
이제부터 이 책을 머리맡에 고이 모셔두고 눈 뜨는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정좌하고서 한 편의 시와 마주할 것이다. 그 정갈하고 고운 감성을 이어받아 하루를 열어간다면 그 하루가 시로 꽃 피어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