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란 무엇인가 태학산문선 102
심노숭 지음, 김영진 옮김 / 태학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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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에 충실한 글맛을 누린다

심노숭沈魯崇(1762~1837)은 정조와 순조 연간의 학자이자 문인이다자신이 지나온 삶의 자취가 춘몽처럼 스러질까 봐 76년의 인생 역정을 집요하리만큼 꼼꼼하게 기록한 사람이다그는 지나온 역사와 당대의 정치와 인물들에 대해서도 방대한 양의 기록들을 남겨놓았다.

 

심노숭이 활동했던 조선 후기는 경제활동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신흥 세력의 등장과 성리학의 폐해 북학파를 선두로 한 실학의 대두 등과 같은 국내의 변화물결과 청나라의 대두로 인해 중국과의 국제교류에서도 새로운 사상과 문학서학西學의 유입 등으로 인하여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시기였다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게 정조의 문체반정이 대두 될 만큼 문단에서도 변화가 진행되었다.

 

심노숭은 이 시기 대표적 문체반정의 대상이 되었던 김려·이옥·강이천 같은 문인들과 성균관에서 가까이 교유하고 있었으며그 문학 성향에서도 일정하게 이들과 공통되는 면모들이 보이고 있다현재 남아 있는 저서나 편저로는 문집 효전산고야사총서 대동패림등이 남아 있다.

 

이 책 '눈물은 무엇인가'는 그의 기록들 중 '효전산고'에서 간추려 뽑아 번역하여 도망문인물전과 일화,산해필희문예론으로 분류하여 엮은 책이다.

 

부인을 잃고 지었던 여러 편들의 글 속에 구구절절 등장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도망문悼亡文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들에는 자신이 일상을 살아가며 보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그 다양한 감정의 표현은 기쁨과 웃음노함과 꾸짖음이 모두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그 저변에는 발랄함과 강개함유연함이 깔려 그만의 개성적인 문체를 만들어 내었다.

 

심노숭이 부인을 잃고 그를 슬퍼하는 마음을 눈물에 비추어 쓴 글 淚原눈물이란 무엇인가를 보면 박지원의 '눈물은 배우는 게 아니다'라는 글이 저절로 떠오른다두 글 모두 눈물을 주제로 한 글로 눈물에 담긴 슬픔을 담아내는 것은 같으나 글이 주는 느낌은 많은 차이가 있다심노숭의 눈물은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절절한 마음의 상태를 담았다면 박지원의 눈물은 그 슬픔을 어느 정도 이겨내고 난 이후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 이른 담담함을 느끼게 한다눈물에 관한 이 두 글은 함께 읽어도 좋을 명문장이다.

 

'눈물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심노숭 산문에서 주목되는 점 중에 하나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감상성感傷性의 농후함이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다른 문인들의 작품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라는 점이다문체반정의 대상이 되었던 패사소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문학의 토대로 삼았던 것은 아닌가 싶다딱딱하고 규격에 갇힌 글보다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글이 가지는 장점을 통해 글의 새로운 힘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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