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도 않나 보다. 밤이 깊어갈수록 무게를 더해가는 비다.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는 귓가를 또렷하게 맴돌고 갓내린 커피향에 책장을 넘기는 손은 더디기만 하다.

연암의 '취답운종교기' 문장 속 벗들은 3경이 지났지만 밤 깊은 줄도 모르고 운종가를 지나 광통교에서 노닐다가 수표교 위에서 멈추고 밝아오는 새벽을 맞는다.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야 옛사람과 비슷하다지만 어찌 그 속내까지 닮을수 있으랴. 밤은 깊은데 잠은 달아나 버린 까닭이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때문만은 아니다. 문장 속 옛사람의 벗을 대하는 애틋한 마음이 마냥 부러운 때문이다.

뜰의 디딤돌 위에 머무는 젖은 불빛을 바라보며 애꿎은 가을비만 탓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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