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다'

비가와도 젖지 않는다고 했었지
슬픔을 삼켰던 그날처럼
포말로 부서지며 후련하게 비워내던 너의 꿈
그러나 난 한 번도 너의 꿈이 꺽이는걸 보지 못했다

*시인 오순화의 '나의 바다'라는 시의 일부다.
태풍의 눈이 고요하듯 슬픔이나 분노의 중심에 서 본 이들의 가슴엔 남아 있는 것이 없어 태풍의 눈 속과도 같이 고요하다. 

나의 바다는 지상의 모든 것을 다 품어 고요로 다독이는 것이 일상이지만 밑바닥을 하늘로 보내 숨겨둔 그 속내를 드러낼 줄도 안다. 바다가 담고 있는 고요는 태풍의 다른 이름이듯이 슬픔과 분노 속 고요로 머무는 이들에겐 하늘을 바꾸기도 했던 힘을 가지고 있다.

슬픔으로 이미 젖어 더이상 젖을 틈이 없기에 울지도 못하는 시대를 사는 나는 그러나 한번도 꺽이는 것을 보지 못한 꿈,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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