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 - 사론(史論)으로 본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번역팀 엮음, 김문식 감수 / 한국고전번역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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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것이 모두 사실은 아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어느 나라든 자신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 후대가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가길 원한다그러한 사례의 독보적 존재가 조선왕조실록일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가능케 했던 근본에는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여 후대에 남겨주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이를 기록하는 사관의 지위를 확보하게 보장해 주었던 것에 기인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500년 조선 역사에서 실록을 기록하고 편찬할 수 있었던 하나의 중심축인 사관의 개인적 의견인 사론이 실록의 중요한 요소로 실려 있다는 것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조선왕조실록번역팀에서 발간한 사필에는 바로 그 사론에 주목하여 조선왕조실록을 이야기 한다이 책에서 사론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로 사관이 실록에 남긴 사론은 당대에 대한 논평이라는 점에서 다른 역사서의 사론과 다르다당대에 대한 논평이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에 대한 사관의 비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조선의 현안을 바라보던 사관의 시선이 담긴 사론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진단해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이 책은 1사론(史論), 역사를 논하다에는 왕실신하사건제도를 논하다로 주제를 나누어 대표적인 38건의 사론을 실었다. 2부 사필(史筆), 역사를 남기다사관을 말하다와 실록을 말하다로 주제를 나누어 구성하였다. ‘사관을 말하다에서는 역사 기록의 주역인 사관의 주요 업무선발 방식한림의 고풍(古風등을 다루었고, ‘실록을 말하다에서는 실록의 편찬 과정사고(史庫)의 위치와 노정(路程), 실록의 활용 등을 다루었다각 편마다 관련 배경이나 사건을 이야기하고 해당 사론을 직접 소개하면서 집필자의 견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하였다.

임금이 두려워할 것은 하늘이요사필입니다이 하늘은 푸르고 높은 저 하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천리(天理)를 말하는 것입니다사관은 임금의 선악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기니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관은 역사의 기록을 담당하여 역사의 초고(草稿)를 쓰던 관원을 일컽는 말로 비교적 낮은 품계의 직급의 관료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역할을 보장받아 역사를 기록하는 중차대한 일에 종사했다이들의 직무는 사건의 시말(始末)이나 시비(是非)는 물론이고 관직 임명에 대한 의견생전 또는 사후의 인물에 대한 평가” 등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사관의 주관적인 의견을 덧붙인다이 주관적 의견인 사론에는 왕과 신하 어느 쪽의 의견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솔직한 의견이 실려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의 의견이 객관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그래서 바로 이 점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기록하는 이의 시선이 담긴 기록을 후대 사람들이 해석하는 것 역시 개의 의견이 기반이 된다하지만 이 양자 사이에 보편타당한 가치가 존재할 때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보고 듣는 것이 모두가 사실이 아니듯 기록으로 남겨진 것 역시 마찬가지다무엇을 어떻게 보고 해석할 것인가는 곧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소산이다역사 기록을 바라보는 시점의 보편타당한 시각을 잃지 말아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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