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다'
자연스럽다는 것 속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았지만 억지를 부려 욕심내지 않은 상태를 포함한다. 또한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아닌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 시간과 동행하는 것이니라. 그 가운에 정갈함이 머문다.

나무둥치 위에 가즈러히 흰고무신 한컬레 놓였다. 뒷축을 실로 꼬맨자리가 어설퍼 보이지만 단정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닫힌 문을 열어볼 마음을 내 보지도 못하고 머리 위 글귀를 따라 읽는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토방에 놓인 고무신이 정갈한 주인의 마음자리를 닮았으리라. 굳이 청산별곡을 읊조리지 않아도 이미 마음은 청산 그 한가운데 머문다.

가만히 흰고무신을 들었다. 두 손으로 가슴에 대어보고 그 자리에 놓아본다. 주인의 정갈한 마음자리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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