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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 - 사진작가 임수식이 만난 책과 사람
임수식 지음 / 카모마일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사진가가 만난 책과 사람의 만남, 책가도
지인의 집이나 사무실 또는 어떤 공간을 방문하게 되면 놓치지 않고 살피고자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그곳에 있는 크고 작은 책장이 그것이다. 이렇게 책장을 본다는 것은 한 사람의 관심사나 지향점에 대한 궁금증이며 그 사람의 내면과 만남을 시도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책과 그 책을 담은 사람을 동시에 알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책장을 보는 것이다.
책이나 책을 담아둔 책장에 대한 관심은 옛날부터 있어왔다. 특히 책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책은 공부를 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여 주었고 이 책을 통해 출세할 기반을 닦을 수 있었기에 책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기도 했다. 그것의 일종이 현재까지도 전해지는 ‘책가도冊架圖’이다.
책가도는 “책가 안에 책을 비롯하여 도자기, 문방구, 향로, 청동기 등을 진열해 놓은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조선시대 후기에 유행하여 다양한 형태로 오늘날까지 전해지도 한다. 이 책가도의 유래는 “18세기 후반 책을 통해 문치(文治)를 하려는 정조(正祖)의 구상에 의해 도화서 화원이 제작한 것이 시초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책가도를 모티브로하여 현대사회의 책가도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작업이 사진가 임수식에 의해 진행되고 전시를 통해 우리시대의 책가도가 만들어졌다. 사진가 임수식이 주목한 책장은 문학, 예술, 인문 분야의 사람들과 책이 있는 공간이다.
이외수, 김용택, 황석영, 김훈, 한강, 박범신 등을 비롯한 문학가들 손재익, 김대균, 김보성, 홍순태,조세현, 윤광준, 권순명, 장정웅, 구본창 등과 같은 예술가들 김윤식, 이광주, 이현우, 김열규, 이시형,임석재, 문용린,주강현. 서민 등과 같은 인문학자들과 추리문학관, 북해도미술관, 류가헌, 행복이가득한집, 북경 유리창, 니혼노아시타바, 발렌시아 고서점, 조선중고급학교 등과 같은 국내외 공간이 그곳이다.
우선, 각 분야에서 이미 잘 알려져 독자들과 소통하는 작가나 예술가, 학자들의 내밀한 공간일수도 있는 서재의 책장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여기에 새로운 해석으로 새로운 책가도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진가 임수식의 시각도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된다. 책장을 바라보고 그것을 사진을 담아 전통 한지에 프리트해서 이를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엮어낸 책가도는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의 책장을 새로운 책가도로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내면의 얼굴과 만나기도 했다는 임수식의 고백은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의 책가도를 만나는 독자들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명인의 책장을 본다는 흥미로움만큼이나 21세기 새로운 책가도도 책과 사람을 연결하여 내면의 얼굴을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시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