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에 노고단에 오르다'
새벽 길을 나섰다.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잠 덜깬 딸을 앞세워 나선 길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 발길은 분주하다.


여름꽃이 만발한 길을 더딘 발걸음에 새벽 안개가 몸을 감싼다. 다람쥐를 앞세워 잔대, 모시대, 층층잔대, 병조희풀, 이질풀, 동자꽃, 원추리, 짚신나물, 파리풀, 노루오줌, 오이풀, 여뀌, 여로, 푸른여로, 술패랭이, 큰까치수염, 참취, 곰취ᆢ하나하나 눈맞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늘 아래 첫동네 심원마을엔 예전 달맞이꽃이 그대로다. 이미 계곡엔 사람들로 넘치지만 여름의 끝자락 입추立秋의 시원함은 여름의 끝인지 가을인지 시작인지 모호하다.


딸아이는 투덜대면서도 제법 잘 따라 오르고 초등학생 때의 옛기억은 없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에 먼 산은 더 아득하고 발 아래 풀들은 더 향기롭다.


'입추立秋에 딸하고 노고단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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