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中伏 지난 하루가 덥다고 타박하는 건 염치 없지요. 삼복의 한 가운데이니 당연한 더위로 받아들여야지요. 그렇더라도 더운건 어쩌지 못합니다.
이 더위를 어찌 나시려는지 염려되어 남으로 향한 마루에 소박한 상 차렸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머리 위를 지나는 햇볕이 알은체하면 냉수 한잔 건네고, 먼 산 지나가는 바람이 기웃거리면 차 한잔 건네면서 그대가 선물한 단오선 만지작 거리며 가끔 사립문으로 길게 고개 내밀어 보겠습니다.
늦게 도착할지도 모를 벗을 위해 나무그늘 아래 있는 우물 속에 큼지막한 수박 한덩이와 탁주는 넉넉히 준비해 두었으니 더딘 발걸음일지라도 부디 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혹여, 삼복 더위에 먼길 나들이 못하는 것이라면 더위도 멈춘다는 처서處暑가 멀지 않으니 위안삼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