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18로 시대의 사명에 맞서다

소설이 가상의 세계라고는 하지만 작가가 살아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아니 외면해서는 안되는 사명 같은 것이 이미 내재해 있다일제식민지한국전쟁분단과 4·3 제주항쟁, 5·18 광주항쟁과 같은 해방이후 벌어진 다양한 사건 앞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지 못한다특히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작가인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온몸으로 건너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로 보인다. ‘내 여자의 열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가라’, ‘희랍어 시간등 그간 작품에서 보여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담담하면서도 끈질기게 표현해온 그 연장선상에 이 소년이 온다가 있어 보인다.

 

고등학교 일학년 첫 중간고사를 하루 치르고 휴교령이 내려져 더 이상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광주에 머물며 보고 들었던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살아 있다도청상무대도청앞 분수대와 금남로광주MBC, 전남대병원... 그날을 기억하게 하는 장소들이다여전히 뚜렷하게 기억하는 그날 그곳의 장면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섬세하고 치밀한 문장으로 그날을 다시 기억하게 한다.

 

소년이 온다는 당시 도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상황을 중심으로 동호라는 중학생을 비롯하여 고등학생대학생 그리고 이웃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생생하게 살려낸다그를 통해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동시대인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그것은 5·18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두에게 해당한 질문이다.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정대는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된다그 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이 5·18이 남긴 상처를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를 그려간다.

 

왜 그는 죽었고아직 나는 살아 있는지.” 살아남아 죽음을 맞이했던 이들의 마음까지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죽고 죽였던 모든 이들이 다 사람이었고 지금도 날마다 그 사람들을 만나며 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었는지그를 통해 사람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작가 한강은 거기에 멈추지 않고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빚이 비치는 쪽으로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5·18 이후 직간접적으로 그 상처를 안고 살았던 모든 이들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밝은 쪽으로빚이 비치는 쪽으로꽃이 핀 쪽으로” 함께 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