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수의 사랑 - 개정판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7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나로 살고 있나라고 묻는다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이어 '여수의 사랑'을 연달아 손에 든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했다. 초창기 작가 한강의 단편들을 통해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다.
'내 여자의 열매'에 팔 편, '여수의 사랑'에 여섯, 모두 열네 편의 단편소설을 접한다. 비교적 작가 한강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작가로 출발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출발한 만남이다.
“어떤 특정한 사회 현실적 인과보다는 존재의 피로감, 희망 없음이 주는 좌절감 같은 근원적인 정서적 상황이다.” 작가 한강의 작품을 대하는 평론가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으로 다시 한강을 만나는 수고로움을 스스로 짊어지는 독자는 또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
‘여수의 사랑’, ‘질주’,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진달래 능선’, ‘붉은 닻’등의 작품이 실린 ‘여수의 사랑’은 ‘내 여자의 열매’에서 느끼는 정서와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여수발 기차에 실려와 서울역에 버려진 자흔과 아내를 잃은 아버지가 자신과 동생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정선-여수의 사랑,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인규-질주, 식물인간이 된 쌍둥이 동생의 삶까지 살아내야 하는 동걸-야간열차, 백치 같은 여동생을 버리고 고향에서 도망친 정환-진달래 능선, 집과 고향을 버리고 고아처럼 떠돌며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영진과 인숙- 어둠의 사육제”
버거운 현실을 살아가는 무겁고 아픈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밀도 있게 그려가는 작가의 단편들에서는 숨쉬기의 버거움을 느낄 때가 많다. 짧은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읽게 되는 것도 모두가 같다. 왜 작가 한강은 이렇게 소외되고, 스스로를 벽에 가두며 살아가는 이런 인간형에 집중하게 되었을까?
작품해설을 보자. 초판본에 김병익은 ‘희망 없는 세상을, 고아처럼’이라는 제목으로 한강의 작품집 여수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반면, 신판 해설에서 강계숙은 ‘‘되삶’의 고통과 우울의 내적 형식’이라는 제목으로 작품 해설을 하고 있다. 같은 작품에 대해 시간을 달리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 한강이 추구하는 인간형의 근본에 이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세심하게 읽어간다.
현실을 이야기 하되 변형이니 왜곡이 아닌 직시를 통해 사람이면 누구나 안고 있는 내면의 자아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무겁고 버거운 그래서 때론 한참을 쉬었다 읽게 하는 작가 한강의 작품들 속의 주인공이 내 안에도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