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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구광렬 지음 / 새움 / 2016년 4월
평점 :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해결해야할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일본제국주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과 다른 하나는 분단 상황의 종식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사안에 발목 잡혀 근현대사의 다양한 문제가 일어났으며 그 잡힌 발목으로 인해 제대로 해결을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답은 있으되 그 답을 현실화할 힘이 없는 것이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는 소설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영화에 이르기까지 문제의 근본적 이유에 근접해가려는 움직이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분단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게 되었다.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도 역시 그런 시각에서 볼 수 있는 분단문학이라는 특수한 장르에 속한다고 보인다. 소설의 직접적인 배경이 되는 사건은 '1967년 북 응징보복작전' 이러고 한다. 이는 2008년 10월 8일, 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 시, 문서의 보존연한이 경과됨에 따라 일부 국방위원들에게 국방부 기밀사항이었던 것이 공개되었다. 40년 만에 밝혀진 대북침투공작의 진실, 역사의 유령이된 그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우선 떠오른 것이 영화 '실미도'다. 대북작전의 일환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북파공작을 위해 훈련하던 상황이 떠오르는 것은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장면들이 익숙하게 그려져 간다.
사건은 이렇다. 1968년. 남한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21 사태’, 일명 ‘김신조 사건’의 배경이 되는 사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남파 공작이나 북파 공작이 비일비재했지만 숨겨진 일이라서 그 내막을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의 일방적인 발표만으로 앞 뒤 맬강 없는 사건의 표면만 보고 그것이 다 인양 알았다는 것이다. 이 틈을 파고 드는 것이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의 출발점이 된다.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는 이런 기본 바탕에 더 비극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그것은 남파공작원들 중 전향한 사람들을 뽑아 다시 북파공작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남과 북의 동포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는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리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라는 이 기막힌 이야기의 내막은 그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적이라고 생각하며 죽이려고 내려왔다가 어찌하여 그 총부리를 나고 자랐던 북으로 돌려야했다. 이를 묵묵히 수행한 사람들은 작전이 끝나면서 잊혀져야 했다.
그후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