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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 - 춘향이를 누가 말려 ㅣ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4
이청준 지음, 나영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춘향이는 말리지 말아야 한다
"일장이오!"
"일편단심 굳은 마음, 매질인들 꺾을쏘냐."
"에잇, 딱! 이장이오!"
"이부 아니 섬긴다고 이 행패가 웬말이오."
"에잇, 딱! 삼장이오!"
"삼강오륜 따르는 일, 사또께는 죄가 되오."
"사방천지 사랑들아, 이 행패를 구경하소."
"오장육부 다 찢겨도 마음 변할 가망 없네."
"에잇, 딱! 육장이오!"
"육방관속 하인들도 입이 없어 말 못 할까."
"칠성님이 사람따라 선한 심성 아꼈을까."
"팔자팔자 사람 팔자 나중 일은 알 수 없네."
"에잇, 딱! 구장이오!"
"구중궁궐 임금님이 고을 위해 보낸 사또."
"에잇, 딱! 십장이오!"
"십장을 치고서도 백성 매질 끝이 없네."
"에잇, 딱! 십일장이오!"
춘향이가 신관사또 수청을 거부하는 도중에 곤장을 맞는 대목이다. 매질을 견디는 춘향의 말 속에 춘향전의 속내를 다 엿볼 수 있는듯 하다.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의 기쁨과 헤어짐의 슬픔, 시련, 그 시련을 이겨낸 기쁨이 이야기의 주요한 흐름이다.
사설과 소리로 구성된 판소리 춘향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약속에 대한 믿음'에 두고 있다. '사람의 의리를 지키고 도리를 다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춘향가에서 대부분 주목하는 것은 ‘여인의 정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주목하는 시대와 주목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청준의 '춘향가 - 춘향이를 누가 말려'는 동화로 거듭 난 춘향가다. 그 핵심은 '약속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에 있어 보인다. 동화이고 바뀐 시대적 상황에서 인간관계의 핵심적 요소가 무엇보다 신뢰에 있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라는 뜻과 '살아남은' 이야기라는 뜻이 함께 있다. 방점은 '살아남은'에 찍힌다. 그 힘은 '모든 옛 이야기는 저마다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춘향가도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