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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고집 타령 - 옹고집이 기가 막혀 ㅣ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1
이청준 지음, 채진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진짜와 가짜, 누구 고집이 쎌까?
"아니, 네 아버지가 갑자기 둘이 되어 나서다니, 이것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이냐. 너희 아버지가 돈만 알고 어머님껜 불효하고, 아랫사람이나 이웃엔 늘 인색하고 모질게 굴고, 중이나 불쌍한 거렁뱅이를 보아도 적선보다 욕설과 매질만 일삼더니, 하늘이 노여워하고 부처님이 화를 내어 이런 재앙을 내렸나 보다. 너는 대체 네 아버지가 어느 쪽인지 알아볼 수 있겠느냐?"
"저도 전혀 알 수가 없는걸요. 이것이 검은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을 알아 내는 일만큼이나 어려울 것 같으니, 정말로 큰일 입니다."
"여봐라 깡쇠야, 몽치야. 뭣들 하고 있느냐. 저 놈은 필시 우리 집 재산이 탐이 나서 흉악한 꾀를 내어 내 모양을 꾸미고 들어 온 도둑놈이 분명허니 어서 당장 밖으로 끌어내어라."
"아니 저놈이 내가 할 소리를 제가 하는구나. 도둑놈은 저놈이다. 저놈을 당장 대문 밖으로 끌어 내쫒거라!"
"여보, 마누라. 임자가 좀 가려주시오. 임자도 나를 그리 몰라 보겠소?"
판소리 '옹고집전'의 눈대목이 아닐까 싶다. 판소리 '옹고집전'의 근원 설화는 '장자못 전설'과 '진가쟁주'라고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조선 중기 이항복의 '유연전'을 들수 있다.
이 세가지의 공통된 이야기 구조는
ᆞ어리석거나 인색한 인물이 나쁜 일을 저지른다.
ᆞ그와 똑같은 인물이 나타난다.
ᆞ진짜와 가짜가 서로 싸우다 진짜가 쫒겨난다.
ᆞ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진짜가 구원된다.
이청준의 판소리 동화 '옹고집이 기가막혀'에서도 이 이야기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자기 생각에만 갇혀 사는 옹고집에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옹고집이 나타났다. 어떻게 진짜를 가릴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옹고집이 기가막혀'의 중심 키워드는 '기가막혀'에 있다. 옹고집 때문에 스님이 기가막히고, 스님이 만든 가짜 옹고집 때문에 진짜 옹고집이 기가막힌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 둘을 둘러싼 아들이나 부인, 하인들 누구하나 기가막히지 않은 사람이 없다. 주인공 옹고집을 비롯하여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기가막힌 상황인 것이다.
옹고집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시회적 가치를 어겼기에 사회로부터 추방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지난 자신의 행동의 잘못됨을 깨달아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어본 적이 없는 옹고집이 자신의 몸을 솔개에게 내주려는 것으로 바뀐다. 변한 옹고집에게 부적을 주고 사건이 해결된다.
고집이 세상살의 기준이 되어버린 옹고집의 극단적인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를일이다. 이 동화를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와 나눔의 의미를 찾아보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