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 - 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 사과문고 이청준 판소리 동화 50
이청준 지음, 박승범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토끼와 자라, 누굴 응원할 것인가?

"거기 계신 양반혹 토 선생 아니시오?"

"게 뉘시오누가 지금 이 토 선생을 불렀소!"

"방금 전에 댁이 나를 불렀소대체 당신은 누구요?"

"내가 불렀소나로 말하면 저 동해 물 속 나라 수궁에서 주부 벼슬을 하고 사는 별자 성씨의 자라 별주부라 하오그런데 토 선생 토끼가 틀림없소?"

"그렇소우리 조상도 옛날 달나라에서 장생약을 다루는 벼슬을 한 일이 있어 세상에서 흔히들 그렇게 부르지요."

 

삼국사기 '구토지설'에서 비롯되었다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수궁가의 절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교훈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기능을 갖춘 우화인 동시에 속고 속이는 설화의 재미도 갖춘 지혜를 담고 있다.

 

17세기 이후 조선 후기에 등장한 판소리는 소리발림아니리로 구성된 새로운 예술분야로 자리잡았다.일반 백성에서 사대부들까지 그들의 감정과 의지사회 풍조에 대한 비판과 저항 정신을 담았다이를 소리꾼들의 소리에 의해 판을 벌려 감정과 의지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였다이 판소리에 담긴 조상들의 정신을 동화를 통해서 새롭게 접하고자 한다.

 

용궁 용왕이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치료방법이 없던 차육지의 동물 토끼의 간이 유일한 치료약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가 육지로 나와 토끼를 만나 꼬득여 용궁으로 데려간다용궁에 도착한 토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신세로 전락하지만 지혜를 발휘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천신만고 끝에 다시 육지로 나온 이야기가 흐름의 중심을 차지한다.

 

토끼야용궁 벼슬가자는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작가 이청준 선생님이 새롭게 동화로 꾸몄다이야기의 맥락은 같이하나 재미와 교훈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주고받는 대사보다는 설명조의 이야기가 흐름을 이끌고 있다동화라고 생각한다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대목도 있어 보인다.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세계가 인정하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자치를 인정받았으니 정작 판소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내에서는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아닌가 한다이런 마당에 동화로 재구성된 판소리 이야기는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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