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창비청소년문고 19
설흔 지음 / 창비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암의 문장에 빗대어 마음 치유의 길을 찾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조희룡과 골목길 친구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열하일기 외사', '내 아버지 김홍도', '책의 이면', '추사의 마지막 편지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등으로 만난 작가 설흔의 글에서 깊은 글의 맛과 멋을 알았다일부러 찾아서 보는 작가의 다른 책이다.

 

"작가는 그저 쓰는 사람이고추측하고 고민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

얼마나 솔직하고 당당한 말인가조선 후기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옛사람들이 남긴 글의 행간에서 작가가 읽어낸 사람의 마음을 옮겨 적는다여기에 작가의 사고의 힘이 녹아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다.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는 연암 박지원의 글에서 마음의 치유의 길을 찾는다삶이 힘겨운 이들에게 전하는 '방 안에 잘 틀어박히는 법혹은 밖으로 나오는 법'에 대한 설흔의 이야기를 담았다연암의 글과 설흔의 행간 읽기의 절묘한 어울림의 세계다스스로를 방에 가둔 '미노'는 다시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조선 후기 격변기를 살아가며 북학파의 거두백탑파의 좌장 격으로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은 날이 지날수록 더 주목받는 역사인물이다그는 홍국영의 정치적 공세를 피하기 위해 연암협으로 피신했다사회로부터 비자발적 자기격리를 한 셈이다.

 

이야기 속 미노 역시 가족과 친구에 배신감을 느끼고 자발적 단절을 한다이런 미노에게 어느날 갑자기 이야기 선생이라는 한 남자가 찾아와 이야기를 해 준다이야기 선생은 연암이 연암협에 피신하고 개성의 유언호로부터 도움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미노의 자발적 사회 격리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간다는 이야기다이야기 선생 역시 자발적 사회 격리자 중 한사람이다.

 

이야기는 두가지 흐름으로 진행된다연암 박지원이 개성에서 유언호를 비롯한 사람들 속에서 살이가며 겪는 이야기와 이야기 선생으로부터 연암의 이야기를 듣고 변화의 과정을 보이는 미노의 이야기가 그것이다.미노의 이야기 선생에 대한 회고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통해 자기 고백적 성격이 강한 흐름을 보인다.이야기 선생은 연암 박지원과 미노 사이에 이야기 전달자로 존재하면서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연암의 이야기에 빗대어 미노에게 전달한 셈이다.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에서는 이야기 흐름의 두 가지가 어울림이 다소 엇갈려 호응하지 못하는 흐름처럼 보인다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버겁다청소년 교양도서라는 주 독서층에 이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불러올지도 의문이다연암의 문장을 현재적 재구성에 다소 어색한 점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기존 작가 설흔의 다른 책과는 다른 맛의 이야기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