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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많아
사카이 준코 지음, 김수희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월
평점 :
책,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질문이 "어떤 책이 좋아요?"나 "좋은 책 한권 골라주세요"라는 말이다. 이처럼 남감한 질문도 없다. 뭘 알아야 추천할 수 있는데도 망설이면 그것도 모르냐고 타박한다. 하지만 이런 타박을 하는 사람들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책만큼 취사선택에서 까다로운 것도 없을 것이다. 가치관, 관심사, 독서이력, 연령대, 성별ᆢ등 셀 수도 없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이런 복잡한 변수를 통과하여 선택된 책들은 그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 준다. 이 특징이 있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개탄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책들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고 읽어야할지 모르는 답답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혼란을 줄여주기 위해 책을 읽어주는 책이 있고 권장도서목록이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카이 준코의 독서일기 '책이 너무 많아'도 그런 부류의 책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카이 준코의 개인적인 독서일기다. 이 독서일기 속에는 책에서 책으로 연결되는 이어달리기가 주를 이룬다. 그 속에서 언급되는 책들을 통해 출판대국 일본의 다양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 책은 만화책일 때도 있고 묵직한 고전일 때도 있다. 문학은 물론이고 뜨개질, 요리, 잡초의 생태, 철도, 역사, 소녀 잡지, SM에 결박까지 다양한 분야를 훑으며 ‘멋대로 읽고 멋지게 쓰는’ 사카이 준코의 ‘책 일기’다.
한 주제에 기본적으로 세권의 책이 등장하니 열세가지 테마에 펄 십여 개 정도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보니 언급된 책 수만 해도 300여권에 이른다. 책 제목마냥 책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겁먹거나 지레짐작 놀랄 필요는 없다. 독서일기 형식이니 그렇게 편안하게 접하고 읽을 수 있는 글이 매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책은 저자의 가치관과 감정 그리고 의지를 반영한 글이 엮어진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지은 사람과의 깊은 만남을 이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예비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책과 책이 저자나 내용 또한 읽는 이의 개인적 관심사에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 사카이 준코의 ‘책이 너무 많아’에서 언급된 책들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얻어진 결과물이다.
“책을 읽어도 읽으면서 바로바로 잊어버립니다. 이른바 명작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세계 명작이 화제가 되면 ‘안 읽었는데요’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채, 난처하게도 마지막까지 애매한 웃음을 짓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저자 사카이 준코의 수즙은 고백으로 들리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매력에 빠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