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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린다는 것
와시다 기요카즈 지음, 김경원 옮김 / 불광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기다림, 무언가 찾아올 수 있게 내 안에 공간을 만드는 일
즉각적인 답을 원한다. 생각할 틈도 없이 직선적인 사고와 행동을 추구한다.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다.이런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내면을 들려다보면 다분히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스스로도 그런 사회 속에 재빠르게 적응하려는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사회의 속성과는 반대로 스스로 자신을 찾기 위해 느리게 움직이고 싶어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이중적 처신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와시다 기요카즈의 ‘기다린다는 것’은 바로 이런 현대사회의 속성을 ‘기다림’이라는 키워드로 조망하고 있다. 기다림을 바라보는 통로로 “초조함, 예감, 징후, 자기 붕괴, 냉각, 바로잡기, 생략, 대기, 차단, 교착, 퇴각, 방기, 바람, 폐쇄, 산소 결핍, 권태, 공전, 반복, 열림” 등 열아홉 가지 단어로 들여다본다.
"현대는 기다리지 않아도 좋은 사회, 기다릴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그런 것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우연을 기다리거나 자신을 초월하는 것에 따르는 일과 같은 '기다림'의 행위나 감각을 통해 얻어지는 인식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저자 와시다 기요카즈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통로역할로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이 가지는 속성을 뒤집기도 하고 반대적 내용으로 살피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다림이 가지는 사회적 속성으로부터 개인의 심리적 특성까지 살핀다. 미야모토 무사시, 다자이 오사무의 일화를 비롯해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을 보살피는 과정, 문학작품에 묘사된 기다림의 양상을 두루 살피며 ‘기다림’의 미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기다리지 않는 사회, 기다릴 수 없는 사회’는 사람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무엇을 빠트리거나 소홀히 여긴 것일까? 무엇이든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가다림’이 가진 의미를 고찰한다.이는 전통사회에서 기다림에 익숙해왔던 그것과 달라진 현대사회에서의 ‘기다림’을 바라보는 차이도 알게 한다.
“기다림은 미래를 향해 ‘나’를 열어두는 일이다”기다림 속에 간직된 참 가치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다.미래를 속에 나의 자리매김이 가능해지는 것. 이는 “우연처럼 무언가 찾아올 수 있게 내 안에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강한 공감을 하게 된다. 이 공간이한 시간의 여유이며 숨 쉴 수 있는 틈이 될 것이다.
그나마 바쁜 것이 다행이라는 자기위안으로부터 일상에서 여유를 찾는 것, 잃어버린 기다림을 실현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