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들이'
봄이 여물어가는 숲에는 생명들의 환희로 아우성이다. 그 아우성은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열어서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제 맛과 멋을 알 수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들려주는 봄의 환상곡 그것이다. 누굴 보고 싶은건지 알고 가는 길에는 반가움이 더한다.


조금 흐린 하늘에 바람에 찬기운이 감도는 날씨다. 부족한 햇볕에 이른 봄꽃들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불갑사 저수지를 왼쪽으로 끼고 숲으로 들어선다.


앙증맞고 귀여운 모양의 현호색들이 무리지어 반긴다. 여린 산자고도 고개를 내밀고 해를 맞이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계곡으로 들어서면서 흰털괭이눈과 연노랑 얼굴의 중의무릇, 점박이 개별꽃, 각종 현호색들이 계곡을 수놓고 있다.


연신 고개를 흔드는 조그마한 만주바람꽃과 꽃잎을 앙다물고 속내를 보이지 않은 꿩의바람꽃은 보고싶어 달려온 속내도 모른척 바람에 흔들리기만 한다. 제대로 본 모습을 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발길을 돌린다.


나날이 사세를 확장해가는 불갑사는 돌의 굳은 표정에 갇혀 뭇 생명을 안고 보살퍼야하는 종교의 본성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듯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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