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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
이석우 지음 / 북촌 / 2016년 2월
평점 :
조선의 겸재 정선을 현재로 불러오다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라고 하면 금강전도를 포함한 인왕제색, 독서여가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 다수를 통해 여러 책에서 수없이 많이 접했다. 그렇게 만난 겸재 정선하면 주목되는 것이 옛그림을 읽어주는 다양한 저자들의 시각을 통해 조금씩 다르지만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것으로 바로 진경산수화라는 독특한 화풍이다. 이는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대에 조선의 산하에 주목하면서 조선의 시각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과 그의 작품들이 아주 뛰어난 화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를 주목한 것이다.
그간 다양한 저작들에서 겸재 정선을 언급한 것은 대부분 작품에 집중하여 겸재 정선의 감정과 의지의 반영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표현한다고 할 때 이는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더욱 전문적인 연구논문이 아니고 대중을 상대로 한 옛그림을 읽어주는 대중교양서라면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접근방식으로 예술가의 작품과 그 작품에 반영된 삶을 폭넓게 이해하기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이석우의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에 주목한다. 이 책은 겸재 정선의 그림 열여섯 점을 통해 겸재 정선의 삶과 그림이 그려지게 된 배경을 물론 그림으로 그려졌던 대상의 현주소를 찾아서 겸재 정선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 이석우의 겸재 정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진경산수화라고 하는 화풍이 겸재 정선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이를 통해 겸재 정선의 삶을 살핀다. 두 번째로는 겸재 정선이 도화서 화원출신인가 아닌가에 대한 그간 여러 전문가들에게 회자되어온 이야기를 비교분석하여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조의 총애를 받았던 관료로써 정선도 포함되어 있다. 이 기본적인 시각으로 각 작품이 그려지게 된 저간의 사정을 유추하고 그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찾아 달라진 현재적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저자 이석우의 겸재 정선을 보는 시각의 독특함으로 보이며 의미 있게 다가서는 부분이기도 하다. 조선 최고의 화가 겸재 정선이 붓으로 조선을 그렸다면 저자 이석우는 340년 전 겸재 정선을 현대로 불러와 서울 및 경기도를 비롯하여 경상도에 이르기까지 정선의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우리 산하를 함께 걷게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열여섯 장으로 구분되어 설명되는 겸재 정선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되어 발표된 글을 한꺼번에 엮어 놓은 듯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의 화풍과 그의 도화서 화원 출신인가 아인가 하는 점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어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겸재 정선의 작품 열여섯 점과 그에 연관되는 다양한 작품을 포함하여 현재적 모습을 담은 생생한 사진자료까지 더하고 있는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를 통해 예술가, 관료, 시대를 앞서간 지식인의 면모를 두루 갖춘 겸재 정선의 삶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