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순한'
생명의 새로운 출발이다. 스스로 닫았던 것을 스스로 열었다. 간절함이 닿고자하는 곳에 이르러 조심스럽지만 당당하게 숨을 쉰다. 삼라만상 무엇하나 저절로 오는 것은 없다. 모두 다 때를 기다리며 수고로움으로 애를 쓴 덕분이다.
겨울숲에도 새로움이 움트고 있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것이 껍질을 벗고 세상과 대면한다. 차디찬 바람에 온몸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힘든 시간동안 얻어낸 용기로 세상을 향해 속내를 보이는 중이다.
겨울과 봄 사이 세상과 만나는 새로운 생명의 상징들은 유독 여리고 순하다. 그 여리고 순함에서 생명의 근원을 본다. 꽃은 강하고 억쎈 시련의 시간을 이겨내고서야 비로소 피운다. 하여, 저절로 피는 꽃은 없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내딛을 수 있음은 자기 내면의 힘에 의지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시간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시 길을 나선다. 그대라는 세상으로 가는 길 위에 내 두발로 우뚝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