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을 따다가ᆢ'
지난밤 문풍지를 흔드는 소리에 너 올 것을 알았다. 혼자오는 법이 없는 너를 맞이하는 내 마음은 늘 긴장감으로 움츠려든다. 하지만 너도 알 것이다. 그 움츠림 속엔 숨기지 못하는 반가움도 있다는 것을ᆢ.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


님 그리운 동짓달 밤, 얼마나 춥고 긴 시간일지 짐작도 못하지만, 그 밤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님 오신 날 밤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있기에 건널 수 있었으리라.


식어버린 심장으로 다녀간 너는 기어이 그 흔적을 남기고야 말았다.


언다는 것은 녹는다는 것과 하나다. 얼지 않으면 녹을 수 있고, 녹아야 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마음을 고드름으로 남긴 너도 알 것이다. 고드름은 이내 곧 스스로 녹으리라는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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