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행이다'
시간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모든 것을 본다. 물질로 변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마주볼 수 있다.
조그마한 냇가 옆에 자리잡은 방앗간이다. 이제는 제 일을 다하고 쌓인 시간 위에 시간만 더하고 있다. 잠긴 문도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틈을 보인다.
그 누구도 제 일을 다하고 쓰러져가는 것에 눈길 주지 않는다.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낡고 녹슬어 시간이라는 옷을 입었다. 그 옷에 겨울의 짧은 오후의 햇볕이 벗이라도 되는양 잠시 머문다. 곧 떠날 것을 알기에 잠시라도 서로 기대는 것을 허락한 것이리라.
어느덧 내 몸에도 시간이 쌓여있음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남은 시간을 더해가는 동안은 지나온 시간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와 세상을 볼 여유가 생긴 것이 좋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은 이유다.
포근한 겨울 햇볕에 기대어서 그대에게 안부전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그대 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