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4
윤진영 지음 / 다섯수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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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화에 담긴 조선 사회

사람들은 기록에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다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며 관심사를 기록하고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며 심지어 자신의 얼굴의 변화까지 수시로 가록한다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기는 시대다사진이라는 수단이 생기면서 일어난 변화다훗날 이런 기록들은 역사의 산물로 그것을 기록했던 시대를 회상하는 매개로 사용될 것이다우리가 조선시대를 담았던 풍속화를 통해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상을 담았다그 일상 속에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감정과 의지가 담겼다관인과 사인 풍속화를 통해 이제 까지 쉽게 접해 보지 못했던 임금을 비롯한 조선사회 관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한 '관인 풍속화', 선비와 양반사회의 운치 있는 삶과 오늘 날 까지도 전해지는 우리사회의 생활 풍속의 유래를 담은 '사인 풍속화', 그리고 조선 후기에 들어 풍속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해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서민들의 등장으로 조선 풍속화의 전형을 이룬 서민 풍속화까지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사회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본다.

 

조선시대 풍속화라고하면 김홍도와 신윤복 만 있는 것은 아니다풍속화의 선두주자였던 사대부 출신 윤두서를 선두로 그의 영향을 받았던 조영석과 이 흐름을 이어받은 김홍도와 신윤복 그리고 조영석과 유숙 등의 그림도 만날 수 있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같은 주제의 다른 그림들을 나란히 보면서 그림 감상의 즐거움을 더 한다.

 

개인적 주목한 그림은 1499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며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십로도상축이다전라북도 순창이라는 곳에서 열 명의 노인들이 모여 십로회를 만들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렸던 그림이다오백년 전 노인들의 만남과 사연이 담겨 있다이 모임을 주도했던 사람이 신숙주(1417~1475)의 동생 신말주(1429~1505)신말주는 단종 2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갔으나 이듬해 세조가 즉위하자 사직하고 순창으로 내려와 귀래정을 짓고 은거했다그의 10대손인 신경준(1712~1781)은 귀래정유허비를 통해 은둔의 삶을 살았던 신말주의 삶을 전하고 있다가까운 곳에 이런 문화적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일반적인 풍속화에 대한 인식의 폭을 관인 풍속화와 사인 풍속화로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조선 사회를 구성했던 전반적인 계층의 주요한 관심거리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모습에 대한 이해를 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그렇더라도 조선 풍속화의 백미는 조선 후기에 새롭게 주목받으며 등장했던 일반백성들을 주인공으로 한서민 풍속화'에 있다고 보인다.

 

형상을 보전하는 데에는 그림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고전 속의 구절은 풍속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문자 기록으로 대신할 수 없는 실존의 모습들은 풍속화를 통해 세상에 전해지고 거듭날 수 있게 된다풍속화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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