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어서 더 아득한'
가을도 미쳐 보내지 못하고 버거워하는데 첫눈의 과한 마음을 받고야 말았다. 첫눈을 준비없이 맞이했기에 가불한 월급처럼 그렇게 허망하게 또 보내고 말았다. 

포근한 날씨에 눈도 사라지고 아스라이 붉은 저녁노을을 눈이 사라진 그 자리에 담는다.

첫눈은 이처럼 허망하게 사라져야 본격적으로 차가운 바람과 눈으로 메워질 겨울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법이다. 첫눈이 남기고간 설렘의 자리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채워줄 온기를 더한다.

차마 저 산을 넘지 못하는 노을은 강물에 그림자를 남기고서야 아쉬움을 거둔다. 허망하게 사라져버린 첫눈의 그 마음도 이와같을 것이다. 붉어서 더 아득한 노을의 마음이 그러하다.

아픈 몸과 마음으로 무엇보다 긴하루를 보냈을 그대, 저 노을빛 가슴에 담고 이제 편히 쉬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