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소식에 기대어'
연일 수근거리는 장마와 더불어 서리도 없는 이상한 가을 끝자락이 버겁다. 엘리뇨의 짓궂은 장난이라고도 하지만 쉴 틈이 없이 내리는 비에다 봄에 피어야할 꽃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니 정상이 아니니 몸도 마음도 탈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겠다.
이 좁은 땅에서 누군가의 마음은 비로 무겁고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은 눈으로 설렌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이 짧은 시간에 이를 건너는 마음들은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잿빛하늘 저 너머를 바라보는 누리장나무 열매의 시선은 그래서 더 아득하다. 쉼없이 달려와 마지막 숨 몰아쉬며 주어진 사명을 다하려는 때이지만 그 시선의 아득함은 다가올 날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버거워서 일 것이다. 나의 내일에 대한 마음의 버거움 그것처럼.
이제, 지루한 비와 더딘 가을이 주는 계절을 건너는 버거움도 눈과 함께 끝날 날이 멀지 않았다. 세상을 제 속살로 덮어 하얗게 빛나게 하는 눈이 오는 날, 그대의 마음앓이도 끝날 것이다. 그러니 그대 힘 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