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
가을과 겨울 사이, 마음이 격는 혼란스런 틈의 대명사다. 반기면서도 기피하며 미리 준비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매번 같은 경험을 반복한다는 속성을 지닌다. 그 증상은 마음앓이가 으뜸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사이에 유독 심한 마음앓이를 하게되는 이유는 뭘까?
몸과 마음이 이 틈을 감당하는 무게와 속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은 자기에 맞는 무게와 속도로 이 틈을 준비 하지만 매번 준비한 것보다 조금씩 범위를 넘어서는 차이로 내게 당도한다. 이 차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춤거리게 만들며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담장의 틈을 넘어온 담쟁이덩굴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대로 붉게 물들어 곧 떨어질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순리대로 감당하면서 다가올 내일을 기다린다.
지난 시간 수고로움으로 정성껏 살아온 그대, 이미 점령당한 상태라면 벗어나려고 애쓰지 말자. 그냥 잠시 그 무게와 속도에 순응하자. 맑고 밝은 따스한 햇살 함께 누리는 날 곧 오리라는걸 우리는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