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한다'
관계가 굳건해지는 근거다. 나 아닌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함으로부터 출발하는 마음자리이기에 이때의 타인은 이미 나와 별개가 아니다. 이는 서로의 마음이 기대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온전해 진다.
먼 산 너머를 향해 우뚝선 듯 고개 내밀어 바라보는 애기나팔꽃도 딛고 선 땅과 산 너머의 기운에 의지한다. 땅의 무게감과 산을 넘어온 바람을 맞아 온갖 수고로움을 다해 정성의 꽃을 피울 수 있는 힘도 여기에 있음을 안다.
때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크게 마음을 기대는 것은 바로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의 간절함에서 온다. 나를 둘러싼 세상의 무게가 감당키 어려울수록 마음을 상대에게 의지함으로써 얻는 위안과 용기는 그 무엇보다 힘이 크다.
의지한다는 것은 상대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그 맞은 편에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닌 양자가 공존일 때 그 힘은 커지며 올바로 발휘된다.
나, 그대를 의지함이 이와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