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하다'
약속되어 있음을 전재로 성립하는 마음가짐이다. 현재를 바탕으로 내일을 향해가는 발걸음의 근거이기도 하다. 무게를 더해온 깊이가 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깊어진다는 것을 누군가는 저물 때가 되었다고 해석한다. 저문다는 것은 특정한 상황의 마지막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는 이 상황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른 상황으로의 질적변화를 시도할 때임을 알려주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을 이어가는 연속선 상의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찬란한 순간을 꽃 피웠던 쑥부쟁이도 꽃잎 하나하나를 떨구었다. 이 떨궈내는 과정 없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며, 더욱 열매 없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한 계절이 다른 계절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나날이 급격한 변화를 재촉한다. 이 변화는 이제 더 굳건한 바탕 위에 서 있음으로 기꺼이 받아 안을 수 있는 질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시간을 굳건하게 이겨냈다. 애쓴 그대,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이제 그대의 그 힘이 다음을 기약하는 근거가 되리라. 그대의 그 힘이 있어 다가오는 시간은 찬란하게 빛나는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