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2
한차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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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는 누구나 차연이다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사랑 앞에서는 나이국적성별의 차이도 없다오직 두 사람 사이의 감정과 의지의 문제다이는 순수한 의미로 사랑을 정의하고자 할 때 말해지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하지만사랑이 어디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인가.


사랑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이상과 현실의 괴리 말이다이런 사랑의 모순은 다양한 형태와 경로를 통해 우리 앞에 현실로 나타난다그러한 사랑의 단면들은 문학작품의 마르지 않는 단골 주제다.


한차현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역시 그 범주에 속하는 소설로 보인다눈에 들어오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매력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다 이것이 세상 모든 사랑의 모범답안인 것처럼 사랑이라 이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느 날 문득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결국 헤어지는 수순을 밟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에는 완벽한 여자로 여겨지는 N과 그를 사랑하는 차연이라는 남자의 7개월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나는빌어먹을주영을 사귀면서 선희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지민을 사랑하며 제니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민조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며 채환 같은 여자를 꿈꾸었던 것일까선희를,지민을주영을제니를채환을민조를이연을 그토록 열심히 사랑했지만 결국 남남이 되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한때는 진심으로 진심이었건만 결국은 헤어지고 말았던 것이 모두 그 때문이었을까


달콤하기만 한 사랑의 한 복판에서도 남자 차연은 지난 사랑의 여자들을 불러온다지금 사랑 N에게서 그 여자들의 좋고 싫었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그 사랑에 더 깊숙이 빠져드는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온몸 온 마음 온 일상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그 사랑이달콤하기가 여름 낮잠만큼이나 아쉽고 짧은 반면에 치명적이기는 전갈의 독만큼이나 무자비하고 끔찍한 종류의 것으로 바뀌어간다.”


놓아버린 사랑을 이만큼 실감나고 현실적으로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그 만큼 사랑은 몇 문장으로 정의 내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무엇인가가 늘 따라붙는다완벽한 사랑을 꿈꾼다는 것은 어쩌면 늘 사랑은 놓아버릴 수 있다는 자기임시일 수도 있다.


작가 한자현은 현실 속의 사랑에 대한 어려움과 완벽한 사랑을 추구하려는 희망 사이에 유전자합성사이보그를 등장시켜 부분 기억삭제라는 도피처를 통해 사람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하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사랑그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이런 저런 다양성에서 공통된 몇 가지를 간추려서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다면 어떤 가수의 노래 제목처럼사랑 그 놈이 아닐까?


잠깐 달고 오래 짠 것이 사랑이니까그것에 이 소설에서 그려져야 할 사랑의 숙명이니까설탕 같고 소금 같은 사랑에 오이처럼 올리브처럼 푹 절어진 채 살아가야 할 차연의 명복을 빈다.”라는 작가의 말에 현대인의 사람에 대한 묘한 감정이입을 대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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