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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섬 - 강제윤 시인과 함께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섬 여행
강제윤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7월
평점 :
섬. 단절을 넘어 소통으로...
땅이든 사람이든 넓게 보면 섬 아닌 곳은 없다. 섬과 섬은 단절로 보이지만 그 속내는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손짓을 한다. 그 손짓이 있기에 소통은 시작된다.
'속절없이 그리운 날에는 섬으로 갔다'는 시인 강제윤의 그리움의 자리엔 무엇이 있을까?
"바람부는 날에도, 바람 잔잔한 날에도, 슬픔이 목울대까지 차오른 날에도, 기쁨이 물결처럼 너울져 오던 날에도, 속절없이 그리운 날에도, 해 다 저문 저녁에도, 술이 덜 깨 숙취에 시달리던 날에도" ᆢ시인은 섬으로 갔다. 그 무엇이 시인을 섬으로 이끌었을까. 그가 찾은 섬에서 그는 찾고자 하는 것을 찾았을까?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는 이 책의 권두시에서는
"그리움을 견디고 사랑을 참아
보고 싶은 마음병이 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랑이겠느냐
그것이 어찌 그리움이겠느냐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을 때는 견디지 마라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고 강변한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미련처럼 간직했던 외로움의 순간들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10년째 400여 개의 섬들을 순례하고 있는 섬 시인 강제윤은 섬에 가고, 섬을 걷고, 섬에 머문다. 섬 시인 강제윤이 섬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그는 왜? 섬에 주목하는 것일까? 짧지 않은 시간 10여년 우리 땅 400여 섬을 직접 발품 팔아 돌고 도는 동안 멈추기도 머물기도 하면서 만난 섬의 민낯을 만났다. 그 속에는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현재와 미래가 함께 있다. 섬의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풍경보다 더 값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짠내 나는 섬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향기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가 만난 섬은 대부분 아파하고 있다. 사람이 살며 일궈왔던 전답이며 살았던 집이며 심지어 섬의 생태까지 변해고 있다. 자본의 본리를 앞세운 난계발의 폐해가 섬의 판형을 바꾸면 사람의 삶에 구체적인 관여를 하고 있다. 사람이 떠난 섬의 미래는 어떨까?
시인의 눈으로 담긴 아름다운 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섬의 현실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고 보인다. 현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섬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만 있고 사람이 사라진 점이란 결국 환상 속에 갇힌 섬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시인의 발길이 머물렀던 40여 개의 섬의 이야기와 시인이 섬과 섬, 섬과 사람 사이에서 주목한 것이 "사람ᆞ, 사랑,ᆞ 그리움, ᆞ길"로 담겨있다. 이 모두는 사람의 일이다. 그렇게 단절된 섬은 그 단절로부터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길이 된다. 시인뿐 아니라 나 역시 그 길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