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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
류근 지음, 퍼엉 그림 / 문학세계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시대 새로운 영웅 주인집 아저씨
페이스북이 난리다. 올 봄 김주대의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이 얼마 전 림태주의 ‘그토록 붉은 사랑’그리고 이번에는 류근의 책, ‘싸나희 순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글 빨로 독자들과 소통하며 주목받고 있는 류근, 림태주, 김주대 시인의 이야기다. 각기 다른 자신만의 케릭터를 만들었고 그 케릭터로 페이스북에서 성공한 했다. 페이스북이라고 하는 소통의 장이 글쟁이들에게도 훌륭한 공간이 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흥미롭다. 글쟁이인 작가와 독자가 직접적으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된 셈이니 활용하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좋은 공간인가 된다.
‘싸나희 순정’은 ‘로시난테 닮은 자전거를 가진 아저씨’가 등장하는 시인 류근의 페이스북에서 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상처적 체질’(문학과 지성)이라는 단 한권의 시집이 있을 뿐인 시인지만 김광석이 노래한‘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 지금은 KBS1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류근 시인이 페이스북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독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의 과정에서 만들어 냈던 이야기을 담고 있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시골 마을에 세입자로 들어와 살게 된 낭만파 시인 유씨와,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 순정파 집주인 아저씨. 이 못 말리는 두 사내의 좌충우돌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류근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이 주인집 아저씨의 이야기가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으며 두터운 팬 층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이 발행되었다. 페이스북의 류근의 이야기에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이 만나 책을 꾸몄다.
주인아저씨의 기발한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하니 이게 소설?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주인집 아저씨가 만들어진 케릭터라면 말이 된다. 소설이든 생활에세이든 이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칭 ‘삼류 트로트 통속 연애시인’ 류근의‘진지하면 반칙’이라는 이 이야기의 접근방식은 어쩌면 잘못된 듯하다.
모두가 진지하기만 해서 이런 시각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하지만 아저씨의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이야기는 그와는 차원이 다른 진지함을 불러온다. “누군가 마음으로 쓴 시를 마음으로 읽으면 마음이 아플텐데,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나면 세상이 조금 덜 아파질지도 몰라요.”류군 시인의 이 시각이 ‘싸나희 순정’의 핵심으로 보인다.
‘로시난테 닮은 자전거를 가진 아저씨’어쩌면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닐지도 모른다. 현대사회는 승자만을 기억하도록 강요당하고 그 승자들이 규정한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범위라는 것을 벗어나버린다면 이 사회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조금은 이상한 듯 보이는‘로시난테 닮은 자전거를 가진 아저씨’는 싸나희로써의 순수한 감정을 가지며 재치 있고 엉뚱하며 때론 순수한 열정으로 시인 유씨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로시난테 닮은 자전거를 가진 아저씨’는 우리시대 필요한 시민의 상이 아닐까? 내 삶의 범위 안에 이런 아저씨가 함께 한다면 분명 달라진 일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