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뜻을 담은 문장으로 살아가기

나를 오롯하게 나타낼 수 있는 문장을 든다면 무엇이 있을까?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을 포함하는 문장을 고른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좌우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장을 고르는 것도 어렵지만 문장 속에 담긴 뜻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평소 자주 떠올리며 그 뜻을 살펴 자신의 삶을 살펴보는 기회로 삼는 문장이 둘 있다.

 

첫 번째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이는화엄경의 핵심사상을 이루는 이 말로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락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로 공자의 말에서 연유한 것으로즐거우나 지나치지 않고 슬프나 젖게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두 문장 다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즘은 이런 좌우명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감 없는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자기계발이 주목받는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중요성이 대두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강한 의지와 삶의 지표를 제시해주는 옛사람들은 어떤 문장을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할 수 있을까?

 

박수밀이 글을 쓴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은 바로 옛지식인들의 삶을 이끈 문장과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뜻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한다. 김시습, 이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홍길주, 류성룡, 이황, 이용휴, 권필, 이수광, 김득신, 김안국, 장혼, 허균, 정약용 등 옛 공부벌레들의 삶을 이끈 좌우명 44편이 실려 있다. 그 사람이 무슨 벼슬을 했는지, 성리학자든 실학자든, 노론이든 남인이든 상관없이 삶을 어떤 생각으로 대하고 삶의 파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갔는지를 들여다본다.

 

한 문장으로 그 사람이 지향했던 삶을 다 표현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특히, 저자 박수밀은 그 사람의 정치사상적 경향성이나 배경을 배재한 속에서 오롯하게 그 사람의 삶을 한 문장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는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책의 내용이 깊지 못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보충하고도 남을 만한 작품을 만나 서로 상승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있다. 바로 강병인의 글씨다. 멋과 문장이 담고 있는 뜻에 맞는 이미지까지 겸비한 글씨는 옛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삶의 결을 온전히 글씨 안에 담으려한 그의 노력 덕분에 옛사람의 한마디가 더욱 생생히 살아서 다가온다.

 

온 세상과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혼자 즐기면 부족하다고 한 박지원의 문장에 주목한다. 개별화되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가치판단의 기준이 개별적인 것으로 분화되었다. 집단이나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어진다. 하지만, 박지원의 문장에서처럼 혼자로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 그것을 채워갈 수 있는 사회적 공가대가 형성되고 이를 이뤄간다면 많은 현안들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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