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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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창훈이 글에 담고 싶은 것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이후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접하면서 작가들에게 글쓰기의 일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 김훈에 의하면 솔직한 밥벌이 수단이라고 고백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작가가 자신이 글에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그 무엇인가를 담아 독자와 공감해야 하는 일이기에 글쓰기는 만만한 작업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글에는 직접적으로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도 있지만 글이 담고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담는 것에 주목한다.

 

심심찮게 작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황홀한 글감옥이나 소설가의 일뿐 아니라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읽힌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떠난 것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라고 이야기하는 작가 한창훈의 글은 무엇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이 책은 소설가 한창훈이 지금까지 글에 담아왔고 앞으로도 담아갈 무엇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산문집이다. 2009년에 출간된 한창훈의 첫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의 개정판이다. 글과 사진을 빼고 새로운 글을 더하여 만든 책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바다와 섬, 떠나고 도착하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항구와 그 사이에 삶의 거처를 옮겨가며 여수, 광주, 부산 등지를 떠돌아 다시 거문도로 들어가기까지 경로를 따라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글, 가족과 동료, 선배들과의 만남 속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았다. 자신을 키워온 섬과 바다, 구체적인 일상에서 만났던 사람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선후배 문인들. 이들과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한창훈의 글 속에는 결국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았다.

 

무엇하나 추상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섬과 바다, 항구가 키워준 자신의 삶을 담은 글도 그렇지만 문인들과의 인연을 그려내고 있는 글 속에는 한창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기에 현장감이 강하게 살아나는 글들이다.

 

작가 한창훈은글을 쓰는 것은 기교가 아니라 삶을 궁리하는 방법에서 나온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그의 글쓰기의 원동력은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글쓰기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중심만, 권력만, 웃는 것만, 달콤한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데에서 한창훈의 글쓰기는 출발한다.

 

나는 왜 쓰는가는 곧 나는 무엇을 쓸 것인가로 읽힌다. 한창훈만의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아니다. 그동안 담아온 글에 자신의 삶을 비켜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한창훈의 다른 글을 만난다면 왜 그것이 그렇게 그려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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