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숲 나들이는 너희를 보고자함이 아니었다. 발길이 닫는 곳이 숲이였고 그곳에 너희들이 있었던거다. 하여 반겨주는 벗처럼 눈맞추고 가만 있기만 할뿐.


속살 그대로 보여주는 늦가을부터 봄까지의 숲은 애써 감추고자 치장하는 한여름 숲과는 분명 다른모습이다. 그러기에 볼 수 있는 너희들이다.


지금의 숲은 이미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난 후다. 노루귀, 깽깽이풀이 꽃을 떨군 자리에 현호색 마져 비켜가고 진달래 꽃잎 떨어지면 둥굴레와 각시붓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들 때를 알아 피고 지는데 인간만이 호들갑이다.


이제서야 알겠다. 내가 어느때 숲을 찾는지. 봄 숲에는 키큰 나무들이 잎을 내 햇볕을 가리기 전에 삶이 준 모든 과정을 마쳐야하는 숨가픈 열정이 있다. 무엇인가 내놓아 싸늘해진 내 가슴을 그 열정으로 채우기 위해 숲으로 간다는 것.


내놓아 빈 가슴 한구석에 담아온 숲의 열정을 이제 나는 다가올 시간을 견뎌갈 힘으로 삼는다.


다시 걷자.


청노루귀

노루귀

깽깽이풀

현호색

홀아비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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