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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세상 속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우리들에게 동양사상이라고 하면 유독 공자의 유가사상이 중심인 까닭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조선일 것이다. 그 조선을 이룬 핵심 사상이 바로 유교부터 출발하는 성리학이었다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명나라 멸망이후 소중화 사상에 빠진 조선 지배층은 주자학이라는 단일 사상으로 세상을 지배하여 사상적 공백기를 만든 것이 오늘날 다양한 사상적 흐름을 놓치는 것이라고 본다. 동양사상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논어와 장자 중 특히 논어에 주목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오며 중국의 제자백가 이후 수많은 사상 중 새롭게 주목받는 사상이 ‘장자’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장자하면 ‘무위자연’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자’라고 한다. 충분히 현실 도피적으로 들리기 쉽다. 이런 점은 장자가 살던 전국시대가 전란과 정치적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았다는 사회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렇기에 장자가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에도 잘 어울리는 사상으로 여겨진다.
강상구의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부제를 단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그렇게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주목한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이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에 현대사회에 장자가 주목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장자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 강상구가 본 장자는 무엇일까? “답답한 세상, 규범에 날 가두는 공자보단 자유로운 장자를 만나라”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흔히 장자를 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는 법을 이야기 한다는 편견에서부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람 속에서 살 것을 전제하고,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사람도 나만큼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장자의 시작이요 끝이다”라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강상구는 노자와도 구별하며 “노자가 말한 ‘무위’는 무지몽매한 백성을 다스리는 지배의 기술인데 반면, 장자의 ‘무위’는 험한 세상 살아가는 삶의 기술이다. 지배는커녕 차라리 피지배의 기술에 가깝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점은 “학은 다리가 길어서 좋고, 오리는 다리가 짧아서 좋다. 다른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다르다. 그것을 틀렸다고 덤비기 시작하면 세상사 꼬인다. 꼬인 세상에서 살자니 지치고 숨이 막힌다. 기지개를 한번 쫙 펴고 싶다. 답답한 세상에선 인위적인 틀에 날 가두는 ‘논어’보다는 자유로운 ‘장자’가 제격이다.”는 것이다. 사회구성원으로써 삶에 주목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에 주목하여 다른 사람과 자신의 다른 점을 틀림으로 확정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때 장자를 만났다’의 매력 중 하나는 동사양의 철학사상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장자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인 ‘어떻게 살아야 한다’가 아닌, ‘나는 내 삶을 살고 있다’데에 주목하는 장자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리스 철학을 중심으로 한 서양철학을 절묘하게 엮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사상보다 서양철학에 더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요소로 보인다.
나를 잃어버리고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에게 주목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