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선비가

물을 바라보다

 

 

 

강희안(姜希顔),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조선 15세기 중반, 종이에 수묵

 

편안하다. 나무도 바위도 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인 노인마저 원래 그 자리가 제자리인양 자연스럽기만 하다. 묵직한 먹 선이 주는 안정정감에 바람마저 멈춘 듯 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다. 그저 바라볼 뿐 더 이상의 더하고 뺄 무엇 하나 없다. 옛 사람이 자연을 노래하는 다양한 모습에서 이처럼 편안하고 넉넉한 여유로움이 넘치는 그림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선비는 오늘 한가로움을 얻었다. 그리하여 완전히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선비가 자아내는 잔잔한 삼매경과 여유와 고요함이 너무 좋아서 나 또한 그림 속의 인물이 되고 싶다. 아니 그림 속의 인물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인재仁齋 강희안姜希顔(1417~1465)은 조선 태종~세조 때 살았던 선비로서 집현전 직제학과 호조참의를 지냈다. 선비로는 드물게 시, , 화 등 다방면에 능한 문인으로서 격조 높은 산수화, 인물화, 문인화를 그렸다. 온화하고 말수가 적은 그윽한 성품으로 청렴하고 소박하여 출세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원예에 관한 책인 '양화소록(養花小錄)'을 지었으며, 문신이자 문장가인 강희맹姜希孟(1424~1483)의 형이다.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책 속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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